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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영호
2026.07.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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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29번째 레터는 ‘호프를 알아보자’ 2편입니다. ‘호프’ 엔딩은 무슨 뜻이고, 감독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뭐고, 그런 진중한 이야기는 뒤편에서 말씀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조인성이 왜 총각김치를 먹었는지, 왜 버건디 바지를 입었는지 등등 소소한 비하인드, 그리고 영화 후반부 온몸을 바친 조인성의 액션이 성공했는데도 나 감독님이 “기쁘지 않았다”고 말한 이유,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위험하고 난도 높은 액션을 성공했는데 왜 기쁘지 않았던 건지, 나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답변을 인터뷰 중에 들었거든요. 오늘은 스포 없습니다.
영화 '호프'에서 조인성은 지구를 대표하는 인물 성기를 연기합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은 실제 촬영이라는게 믿기지 않는 후반부 미친 액션의 한 장면인데, 이 정도 고난도의 액션을 해낸 조인성을 보고도 나홍진 감독님은 "기쁘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왜 그랬을까요./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를 알아보자’ 1편에서 해술 할아버지 임현식의 설사 이야기를 말씀드렸는데요, 해술 할아버지와 성기는 같은 맥락을 공유합니다. 나홍진 감독이 창조한 세계에서, 우주의 어떤 존재가 우리 세계를 내려다봤을 때 “인간은 그렇다” 혹은 “그래서 인간이다”를 보여줍니다. 배설과 식사로요. 해술 할아버지가 똥으로 인간의 배설을 대표한다면, 조인성이 연기하는 성기는 식욕을 맡았습니다.
음식만큼 감독의 스타일 차이를 보여주는 소재도 드뭅니다.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에게 음식은 취향과 정서입니다. 초코파이(공동경비구역 JSA), 초밥과 아이스크림(헤어질 결심), 복숭아(아가씨) 등등. 봉준호 감독에겐 계급입니다. 어떤 계층 사람들은 같은 짜파게티라도 한우 채끝살 넣어(기생충) 먹습니다. ‘황해’의 하정우의 먹방은 생존입니다. 컵라면이든 핫바든 김이든 뭘 먹어도 음식 섭취라기보단 연료 주입으로 보이지 않으시나요.
‘호프’ 보기 전에 궁금했습니다. 나홍진 영화면 이번에도 뭔가 먹긴 먹을텐데 뭘 먹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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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세 편은 편의.과 식당이 흔한 도시이거나 집밥이 바로 나올 수 있는 시골이 배경이지만, ‘호프’는 외계인에게 파괴된 마을 아니면 숲이니 어디서 뭘 먹을 수 있을까 했거든요. 결론은 주먹밥과 총각김치였습니다. 괴물 찾아나선 조인성이 숲에서 우적우적 씹어먹는데, 알타리무우가 씹히는 소리며 전달되는 식감이 생생해서 잘 골랐다 싶었어요.
총각김치는 ‘황해’에도 나왔던 거 기억하세요? 그래서 나 감독님 인터뷰할 때 물어봤습니다. “감독님, 총각김치 좋아하세요?” 어릴 때 추억이라도 있으신가 해서 물어봤더니 감독님 답변은 “미술감독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음식에 관심이 지대하거나 까다로운 분은 아니신 듯합니다) 그래서 ‘호프’의 이후경 미술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왜 하필 총각김치를?” 이후경 감독님 답변 들어보시죠.
“원래 주먹밥을 먹는 설정이 있었거든요. 촬영지가 루마니아였는데(호프의 숲 장면은 루마니아 국립공원에서 촬영), 숲 입구는 제주도에서 찍었는데, 루마니아 숲은 너무 이국적인 느낌이 나서, 좀 중화하는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주먹밥을 먹으면 왠지 김치를 먹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주얼적으로도 총각김치가 좀 크고 하니까, 루마니아 숲의 느낌을 한국적으로 중화할 수 있는 느낌, 거기에 총각김치를 먹으면 우선 맛있겠다, 그런 생각으로 넣게 됐죠.”
이후경 감독님은 ‘황해’ 때부터 나 감독님과 세 편을 같이해서, 감독님이 원하는 느낌을 잘 아신 듯합니다. ‘황해’와 ‘호프’에 등장한 총각김치는 이 감독님 픽이었군요. 그 픽을 조인성이 연기로 잘 살렸고요. 주먹밥 섭취는 영화 후반에 조인성이 혼자 떨어져 수색할 때도 나오는데, 동료가 시신으로 널브러져 있는 상태를 확인하는 중에도 감자를 집어먹습니다. 인간은 그래서 인간.
영화 '호프'의 성기(조인성)과 마을 청년 5인방. '영크크' 코르티스를 앞서간 호르티스 패션을 보여줍니다./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 결말이 그렇다보니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 기준 가장 개연성이 떨어지는 건 이야기가 아니라 패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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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이야기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영화 엔딩은 다다음편 정도에 다루겠습니다), 그 패션은 정말 말이 안 되잖아요? 수십 년 전 대한민국 항구 마을 청년들이 어떻게 그렇게 힙하고 쿨하게 입고 다니죠? 하지만 그래서 좋았습니다. 말이 안 돼서요(오히려 좋아).
‘호프’ 티저 포스터가 공개된 게 작년 9월인데, 보자마자 와, 멋지다 했습니다. 색감부터 빼어나지 않습니까. 특히 조인성의 바지. 그 버건디색 바지가 배경숲의 녹색과 대비되는 중에 체크 셔츠의 은은한 개입. 게다가 말은 백마. 백마탄 인물이 입은 베이지 블루종, 사선으로 걸린 장총의 율동감. 격렬한 도주의 에너지를 순간에 잡아낸 한 장의 포스터만으로도 이 영화의 지향.이 분명하게 보여서 무척 좋았습니다. 제가 ‘호프’ 5번 봤다고 말씀드렸는데, 포스터에 나온 백마 장면이 포함된 액션 시퀀스는 보고 또 봐도 볼 때마다 짜릿했어요. 어떻게 이런 장면을. 물론 나 감독님 연출이 있었겠으나, 이걸 카메라에 담아낸 홍경표 촬영감독님께 다시 박수를 보냅니다.
여기서도 포인트는 바지입니다. 버건디 바지가 주는 붉은 색감이 색채 구성에 중요한데, 항구 마을 사냥꾼이 일상복으로 고를 색은 아니죠. 하지만 이렇게 고증이나 일상과 동떨어진 패션이 작품 분위기를 더 잘 살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인성과 같이 다니는 마을 청년들은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는데 위아래 아이템을 하나씩 따져보면 보통 감각이 아니에요. 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의 막내 동생들이라는 ‘영크크’ 코르티스가 바로 이런 패션입니다. 코르티스 데뷔가 작년 8월이고, ‘호프’ 촬영은 그보다 이전이니 ‘호프’의 ‘호르티스’가 훨씬 앞서간 거군요.
작년 9월에 처음으로 공개된 '호프' 티저 포스터입니다. 영화의 에너지와 미감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이 한 장만 봐도 짐작하게 해줍니다./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의 패션하면 어촌계 형님들 빼놓을 수 없죠. 백마 형님(무술감독 출신인 배우 서범식. 아래 포스터의 주역), 금시계 금목걸이 금테안경 금반지로 시선을 뺏아가시는 형님(배우 백승철) 등은 등장할 때부터 남다른 포스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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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경 감독님께 이 부분도 물어봤어요. “금팔찌 형님은 일부러 금으로 룩을 통일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어촌계 형님들은 원래 좀 멋있어야 되는 설정이에요. 동네에 돈 많은 형님들 이런.”
트럭에 탄 할아버지가 입은 옷, 유심히 보세요. 대한민국 어떤 시골 할아버지가 그런 스카프에 그런 색 추리닝을 입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비현실성, 오히려 좋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는 가상의 마을 느낌을 시각적으로도 잘 전달해주니까요.
그런데 이후경 감독님 말씀이 원래 조인성이 입을 바지는 지금의 버건디 그 바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조 배우는 그 버건디 바지 싫어했어요. 원래는 청바지로 가려고 했는데, 입히니까 지나치게 멋있는 거에요. 그래서 청바지가 아니라 그 바지로 간 거에요.” 청바지를 입히니 사냥꾼이 아니라 화보 촬영 나온 모델 같아서 도저히 안 됐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버건디 바지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어쩌겠어요. 연기로 극복(?)할 수밖에요.
제가 서두에 쓰겠다고 말씀드린 ‘기쁘지 않아 나홍진’ 에피소드는 시작도 못했는데 오늘의 분량이 너무 길어졌네요. 3편에서 말씀드릴게요. ‘호프를 알아보자’ 3편은 ‘음문석은 진짜 고양이를 봤을까’로 준비해볼까 합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음문석이 연기하는 양배는 뜻밖에도 매우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만약에 ‘호프’ 후속편이 만들어지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아느냐구요. ‘호프를 알아보자’ 3편에서 말씀드릴게요.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어줄 업데이트하려고 들어왔는데 그새 ‘호프’ 촬영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됐네요. 함 보시라고 아래 링크 붙여요. 비하인드 영상도 영화 같네요. 조선닷컴으로 보시는 레터 독자는 바로 클릭해 보시면 되고, 네이버는 외부 링크를 막아놔서 안 되는데, https://youtu.be/g6DviOKNe6c?si=V0_xZ9LKbeMhpTAU 일루 들어가보시길.)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그 영화 어때 더 보기(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
(두어줄 업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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